풍's토리

반응형

정확히 언제부터 계약직이란게 생겨난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딱히 알고싶지는 않다.

안다고 그다지 도움될거도 아니고..


무튼..

웹툰 '미생'을 보다가 불현듯 지난 2년여동안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계약직 생활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미생'의 스토리 자체는 계약직이란 소재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허나 주인공 장그래의 시선에서 간간히 그려지는 계약직의 울컥함은 작지않은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특히 같은 계약직 생활을 경험했던 나에게는..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욕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계약직, 바로 그것이다.


지극히 사업주 중심의 시스템이다.

충분히 쓸만큼 쓰고 아무렇지 않게 내칠 수 있는 것.

적당히 간보다가 괜찮으면 갖고 그렇지 않으면 버릴 수 있는 것.

교묘하게 이용하고 부릴 수 있는 것.


젊은 백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계약직이라도 들어가는게 감지덕지인 시대이긴 하다.


취업률이 중요시되는 대학과 교육정책, 그리고 무언가 이상해져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마치 필요악과도 같은 시스템.


정규직이란 달콤한 꿈에 젖는 순간 조직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가 되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계약직에 만족하는 순간 조직에서의 미래는 사라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아무리 열심이라도 그저 계약직이고

적당히 한다고해도 일개 계약직이고

그다지..구나 싶으면 도로 백수되기 십상..


요즘 계약직 직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있다.

만능에 가깝고 오히려 정직원보다 열심이고 우수한 계약직 사원의 이야기인데

드라마니까 가능한.. 실제론 그다지 존재하기 힘든 설정이다. 물론 어딘가 누군가 그러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


인턴이라고 불리는 존재..

따지고보면 단어만 다르지 계약직과 별 다를 바 없는 존재다.

뭐 따지고 따지면 연봉제 정직원도 사실 연단위의 계약직 존재이긴 하다.


2년의 계약직 시절..

처음엔 정규직이 되는 것이 보장된 듯이 보였고 사실 또 그러했다.

지금에 와서보면 마치 낚시줄에 매달린 미끼같은 꿈이었던거 같기도 하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조직 생활도 했다.

특별히 튀거나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직원도 아니었다.

내 자리에서 맡은 일 묵묵히 하고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할때는 할 수 있는만큼 도왔다.


적당히 칭찬도 받고 인정도 받으며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순 없었다.


왜..?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내게 무엇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도 참 억울할 따름이다.

몇번 술자리에서 왜 내가 그렇게 되야 하는건지 저들은 되고 왜 난 안되는건지 억울해서 울기도 할만큼

난 내가 무엇이 얼마나 부족하고 못났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그렇고..


날 끌어주고 날 인정해주고 날 칭찬해줬던 그 분들이

그 당시엔 서운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조금 남아있긴 하다만..

그래봐야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평소에는 뚜렷한 차이는 없다.

계약직이고 정규직이고 그냥 동료고 같은 직원 중 하나일 뿐이다.

허나 급여와 보너스 등에 물질적인 부분과

조직내 소소한 모임이나 제도 등에 있어서는 새삼 내가 계약직임을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게 같은 동료고 직원일 뿐이다.


요근래 계약직의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으로 이슈가 몇번 된적이 있었는데

참 바람직한 일이다 생각이 되면서도

왜 지금와서.. 왜 저기는.. 왜 나는.. 이런 아쉬움이 드는 것도 부정할 순 없는 사실이다.


쓰다보니 나 억울해요~ 외치고 있는 꼴이네..


계약직이란게 마냥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충분히 필요한 시스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회의 계약직은 너무도 남발되고 있고 부정적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는게 너무도 확실해 보인다.


충분한 대우와 인정, 그리고 어울림..

쓰다 버리고 쓰다 뱉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라

마치 하나처럼 뒤섞이고 어우려져서 하나의 목표와 결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러한 환경이 되었으면 싶다.


억울하게 차별받고 억울하게 쫓겨나고 억울하게 눈물 흘리고 억울하게 목숨을 끊는 사람 없이

모두가 상생하며 함께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어서 오길 바란다.

'메뉴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의 궁금증..  (0) 2013.06.21
대선 후 1주일..  (1) 2012.12.28
백수의 마지막 주말..  (0) 2012.07.29